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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업매체로 황동, 강철, 알루미늄 같은 금속판을 주로 사용하는데, 거칠고 고된 노력을 필요로 하는 재료들이다.
이러한 금속화폭이 회화나 조각 공예 등의 조형세계로 접어들기 위해서는 스크래치, 그라인딩, 용접이라는 시련을 견뎌내야 한다.
아름다움이나 우아함, 그런 모습은 흔히 가혹한 시련 또는 고독하고 고통스럽기조차 한 잉태과정을 통해 나오는 것이다.
마치 생명에 양분을 주게 될 씨앗을 뿌리기 위해 거친 땅을 개간해야 하는 모양으로 나는 유사한 작업을 준비한다.
아마도 정신, 무엇보다 먼저 나의 정신에 양분을 주어야하는 필요성 때문이 아닐까. 그 정신이란 불과 마찬가지로 내부로부터 타오르며 더욱 생기로워지는 실체이다.
나는 그 과정속에 스스로를 끊임없이 바친다.
그것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얻게 되는 환희의 과정이기도 하다.
이러한 작업절차를 의도적이라고 규정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다.
본인의 칭작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은밀한 충동에 시작되는 듯싶다.
그리고 그 과정의 일부가 되어, 나는 장르의 구별도 없고 형식의 반복도 없는 곳에서 머문다.
의도 이전의 충동에 이끌려 불을 향해 다가가 그 안에서 타오르고 만다. 끊임없이 불꽃처럼 사그러지며 불의 새로운 형상를 만들어낸다.
그처럼 나의 작업과정은 예술적 충동이라는 환경속에서 (언제나 새로워진) 불처럼 활기를 띄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