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생명’이라는 어쩌면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삼라와 인간의 근원이 되는 주제를 가지고 30여년, 일관해온 작가 김병종. 그가 예수를 그렸든, 어린 성자, 아기 불, 황진이, 세계 곳곳의 사람들, 또 어떤 풍경을 그렸든, 그 본령은 생명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매사에 완벽주의자일 만큼 철저하고 규범적인 그에게서 자유롭고 활달한 조형이 나온다는 것은 이율적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를 가까이 접한 사람들은 그런 조형이 나오는 다우이성을 충분히 알고 있다.
넉넉한 심성, 가슴 가득 차 있는 서정을 지닌 그를 안다면 그의 작업을 분명히 수긍하게 된다. 사실 그의 진면목은 휴머니스트이자 로맨티스트에 가까울 것이다. 그의 글과 그림은 그런 기조를 바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게 배어져 나온 글과 그림들이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공감하게 하는 것이다.
한국화 현대화에 신호등을 켠 작가, 미답의 길을 불꽃의 열정으로 헤쳐 나간 작가, 30대에 이미 그런 평가를 받은 그이기에 ‘외강’에 덮혀져 숨어있는 ‘내유’를 쉽게 일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자유로운 사유, 생의 근원을 심안에 담는 관조, 그러기에 붓은 무봉의 경지로 활달하고, 샘 솟는 서정은 화면을 듬뿍 적셔 흐른다. 생명에 대한 끝없는 연민과 사랑, 하나의 작품, 그 이상의 것을 추구하면서 그는 오늘, 우리 한국화단을 선도하고 있다. 명인이나 명장이 정석이나, 어떤 규범이나 방법을 초극하듯이 그의 작업 역시 그런 경지를 보여준다. 육안으로 볼 수 없는 것들을 보게 하고, 오묘한 생의 섭리를 깨닫게 하는 그의 조형은 예술이 닿을 수 있는 극점을 보여주고 있다 할 것이다.
그가 근래 보여주고 있는 풍경의 기행들은 물처럼, 바람처럼 무위하게 흐르는 생의 조감도이다. 어제의 흔적과 오늘의 현상을 절절한 창법으로 노래해내는 절창의 언어들이다. 해외에서까지 그의 작품이 큰 관심을 끄는 이유이기도 하다. 세계 무대를 향한 한국미술의 도전, 그 앞에 김병종, 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