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실제 모델없이 상상의 인물들을 주로 그리지만, 최근작에서는 고전 명화나 한국의 18세기 풍속화가 신윤복 그림 속의 인물들을 차용하여 세계의 어느 곳, 예를 들어 인도의 타지마할 같은 풍경 속에 여러 인물들을 임의로 배치하여 화면을 구성한다. 그림 속 풍경은 그가 가본 곳, 아니면 미디어를 통해서 본, 한번도 가보지 못한 세계의 어느 곳일 수 있다.
작가는 어둠 속에 조명을 비춘 연극적인 공간 속에 무표정한 인물들의 표정과 포즈를 통해 작가의 내면의 심리를 표현하고 있으며, 현재, 과거, 상상이 존재하는 어색하지만 묘한 공간을 보여 주고자한다.
-열린 결말과 심리적 미장센
미스터리 영화가 그렇듯 인물의 순간적 표정은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동시 에 수 없는 상상을 끌어들인다. 표정은 진심의 온전한 표출이 아니며 인물을 둘러싼 배경 또한 이야기의 완성은 아닌것이다. 그것은 언제나 결핍이며 그래서 엉뚱한 상상과 추측을 낳지만 덕분에 이 야기는 확장되고 풍성해진다. 즉 우리의 지각으로 모든 진실을 알 수 없도록 설계되어 있는 이 세상은 그 자체로 영화이고 인생은 편집으로 이루어진 미장센이다.
-양자적 세계, 그 안의 미스터리
그의 배경은 양자적이다. 현재도 아니고 과거도, 미래도 아니며 우리의 지각이 한 번 도 체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형태의 시공간이다. 명확해지는 걸 오히려 경계하는 듯 그의 캔버스 전반에는 파편화된 이미지가 산재하 는데 이러한 연출이 화면 상의 미적 감각에 더 주목했다면 그가 전달하는 내러티브는 좀 더 내밀하고 심리적이다. 동양과 서양이 동시교차되고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양자시간으로 구성된 그의 이 미지는 낯설고 어색하며 역설적이게도 지극히 세속적인 미장센을 보여준다. 비논리적인 시공간과 짧은 스냅 샷 안에서 존재를 드러내는 인물들은 배경 속에 알 리바이가 있다. 범죄인의 몽타주처럼 인상착의로 묘사되어 있는 이들은 대사없이 독특한 분위기로 시종일관 비밀을 감추고 있는 듯 보인다. 그의 몽타주들은 이야기 속에 숨어 있는 아이러니와 풍자의 기호이며 이 기호들 이야말로 관람객으로 하여금 주목해볼 만한 긴장과 미스터리를 불러 일으키는 장치이 다. 공존할 수 없는 이미지들의 공존은 기묘한 심리적 긴장감과 서사를 전달한다. 조각 난 컷과 컷을 배열하여 기묘하게 연출된 미장센은 등장인물들의 심리적 단서를 제공 하지만 여전히 의문점으로 남는다. 이 몽타주들의 감춰진 속사정은 아무도 모를 일 이다. 그 미스테리함과 설명할 수 없는 서스펜스는 작가가 세상을 보는 시선에 대한 것이 기도 하다. 그의 시선으로 보는 세상, 인물에 대한 관찰과 사유가 그의 상징적인 미장센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작가에게 세상은 여전히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다는 뜻 일지도 모른다.
‘열린 결말’로 시작하는 미스터리극
확실한 건 극단적으로 느껴질 만큼 기호적인 이미지 덕분에 그의 작품이 주는 가장 큰 인상은 ‘이야기성, 극劇성’이다. 마치 여러 영화의 주요장면들을 교묘하게 편집하 면 하나의 새로운 패러디극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가 만든 기호적 상징들과 시공간이 중첩된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 세계, 영화적으로 존재하는 세계이다. 그가 편집한 극작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작가가 제시하는 다른 차원의 입구로, 동시에 열린 결말의 세계 도달하게 된다. 미증유의 세계는 관측되는 순간 실존하게 된다. 테드케이의 이번 전시는 실존하지만 관측되지 않은 양자 세계, 그 안에 살고 있는 인물들에 관한 목격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