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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
자아라는 것이 생기고 나의 존재에 대한 물음이 떠오를 때,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하면 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나의 삶을 지속시킬 수 있었던 것은 데미안 허스트의 <위로 올라간 것은 내려와야만 한다> 라는 작품 덕분이다. 그 작품을 통해 사람의 인생은 순환하는 계절처럼 상승과 하강을 반복한다는 것과 지금이 밑바닥이라면 곧 다시 올라갈 수 있겠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생은 멀리서 봤을 땐 희극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라고 했던가. 태어나고 죽고, 태어나고 죽고를 반복하는 삶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내가 예술 작품을 통해 얻은 깨달음으로 삶을 이어나갈 수 있었던 것처럼 방향키를 잃어버렸을 미지의 누군가에게 삶의 의지를 불어 넣어주는 작업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삶의 의미는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것.
사람이 의미를 찾는 데 성공하면 행복을 가져다줄 뿐 아니라 시련을 견딜 힘도 준다. 나의 작업은 삶의 의미를 찾는 과정이다. 삶의 의미는 사실상 없다. 라고 이야기하면 허무하기에 삶의 의미를 이어 붙이고 박음질하는 여정이 삶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따라서 인간이 삶이 유한하기에 글로, 그림으로 기록하여 후세에게 전달하려고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의 이미지도 어쩌면 아주 미미한 존재인 인간이 역사에서 그냥 잊혀지지 않도록 이름을 새기게 만드는 작은 노력일 것이다. 나의 이야기가 수없이 변주되는 수많은 사람들의 각기 다른 이야기 중 하나가 되는 것일지라도, 흩어져 모두 사라질지라도,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에는 아직까지 드러나지 않은 무한한 잠재성을 열어가고자 한다. 그러한 잠재성은 그 존재 자체에 귀를 귀울이지 않으면 드러나지 않는다. 작업을 통해 살아가면서 들려오는 질문에 작업을 통해 조용히 응답해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