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나의 추상 작업은1995년 선(획, brush strokes)과 공간의 실험에서 출발하여 튜브 형태를 거쳐 튜브와 육면체로, 그리고 2010년 이후로는 입체적 공간을 나타내는 가장 기본적인 형태인 육면체로 변화하였다. 육면체는 2차원의 화면에 3차원적 환영을 줄 수있는 가장 기본적인 형태이고 이러한 육면체들의 배열은 원근감과 공간감을 만들어 낸다. 배열된 다수의 육면체들을 기본 소재로 시작된 시각적 실험은 몇가지 다른 방법으로 전개되어 왔다.
첫째, 육면체들에서 각각의 면 위에 삼각형의 패턴을 더하는 방법이다. 분할된 면들은 색에 따라 형태와 패턴이 구분되는 동시에, 색으로 인하여 배열된 육면체의 형태와 연결된 삼각형의 패턴은 시각적으로 대립하게 된다. Figure-ground의 관계와 같이, 형태와 패턴은 시각적인 환영을 만들어낸다.
둘째, 배열된 육면체의 코너를 잘라내어 피라미드 형태를 만들거나 더불어 육면체의 옆면에서 삼각기둥(프리즘)의 형태로 잘라내는 방법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틀이 되었던 배열된 육면체들은 사라지고 새로운 형태들의 조합이 나타나게 된다.
세번째 실험은 배열된 육면체들은 더 잘게 분할하고 분할된 부분들의 일부를 의도적으로 지워버림으로써 기존 육면체의 형태를 해체하고 완전히 다른 형태와 공간을 만드는 방법이다.
작업은 소재와 이론을 가지고 출발하지만 결과를 미리 계획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스케치는 형태들을 추가해가면서 연관성을 만드는 작업, 즉 화면을 유기적인 공간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며, 스케치와 컬러링이 진행되어감에 따라 서서히 작품의 전체적 윤곽이 드러나게 된다. 스케치를 해나가다보면 예측하지 못했던 형태가 나오기도 하고, 컬러링에 의해서 공간의 역할이 뒤바뀌기도 한다. 예를 들면 색에 따라서 한면이 육면체의 위, 아래, 옆부분인지, 또는 형태가 튀어나온 것인지 들어간 것인지가 결정된다. 이렇듯 스케치와 컬러링의 두 과정은 전적으로 감각에 의존하게 되며, 따라서 선을 긋고 색을 만들어 칠하는 순간 순간이 선택의 연속이다. 이 끊임없는 선택의 과정은 긴장감을 주는 동시에 새로운 도전심과 희열을 불러 일으킨다.
결과적으로 한 화면 안에서 만들어질 수 있는 형태와 색채, 공간의 조합은 무궁구진하며, 그것은 때로는 예측한대로의, 또 때로는 전혀 의도치 않은 시각적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나의 작업은 형태와 색채와 공간에 대한 다양하고 끊임없는 실험이기에, 하나의 작업은 그 다음 작업의 필수적인 과정이며, 그자체가 다음 작업에 대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고, 나아가 또다른 아이디어의 동기가 된다; 나는 항상 나의 이전 작업에서 가장 많은 것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