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나는 개인의 심리 상태를 자연의 모습으로 또는 추상적인 심층으로 묘사한다. 숫자나 과학으로 명확하게 구분하고 나타낼 수 없는 인간의 심리는 비유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자연을 통해 서로가 서로의 상태를 비교적 근접하게 이해할 수 있으며 날씨나 자연과학을 통해서 비유적으로 자신의 상태를 묘사하기도 한다. 그러나 내가 발견한 심리구조는 지형학적으로도 자연과 우주를 닮아 있었다.
나의 작품에서 하늘은 의식이고, 바다는 감정이며 욕구는 지반이고, 그 아래 핵에는 개인의 무의식이 존재한다. 한편 우주는 집단 무의식을 나타낸다. 우리는 무의식의 저편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지만, 감정과 욕구를 통해서 의식화하여 자신의 심연(深淵)에 더 집중할 수 있다. 그리고 감정의 심해(深海)에는 무의식의 파편들이 거대한 콤플렉스 구조물을 이루고 있다. 나는 꿈에서 그것들을 희미하게나마 체험한다.
상기와 같은 비유를 참고하여 그림을 바라보게 되면, 나의 심리적 상태나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보다 온전하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단순히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심리의 지형학적 구조인 내면의 심층(深層)을 ‘색’이라는 도구를 블록화하여 심리를 표현하고 있다. 층층이 쌓아 올린 색의 블록은 복잡하고 다양한 심리의 표상(表象)이다.
나의 작품에서 ‘돌’은 ‘내면세계의 나’라는 존재의 상징이며, 현실에서는 변형되기 힘든 돌이 그림 속에서는 각양각색의 형태로 자유롭게 변형되며, 일상의 긴장을 가차 없이 해소시킨다. 그림에 등장하는 자연의 심층 속의 돌은 곧 나의 정서와 육체를 동시에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이렇게 나는 세계를 탐구하고, 우주의 신비를 좋아하며 심리와 철학에 대해 사유하는 것을 즐긴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서 여러 갈래로 상상하고 관찰하는 나의 성향은 곧 또 다른 공상(空想)의 기억들로 이어진다. 나는 이제 홀로 상영하고 즐겼던 나만의 공상을 ‘예술적 표현’이라는 도구를 통해 형상화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보여주고, 나누어 주고 싶다.
이러한 한편의 공상과학과도 같은 장면에는 면면이 음악이 흐르고 있다. 아무쪼록 나의 그림을 마주한 대중들이 내가 직접 작곡한 음악과 함께 공상(空想)의 세계를 담은 스토리가 상징된 추상화를 보며, 보이지 않는 세계와 왜곡되지 않은 내면의 눈을 경험하고 가슴으로 느끼기만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