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해도 > 구매가능

작가 본인은 비슷한 세대에 비해 SNS나 온라인 문물에 비교적 친밀하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그런 스스로가 단 하나 현대문명에 편안함을 온몸으로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온라인 쇼핑이다. 우리는 클릭 몇 번에 해외에 있는 물건을 살수 있으며 새벽에 아침식사를 문 앞으로 받을 수 있는 세상에 산다. 그리고 이러한 우리 사회의 특성은 처음 경험하는 판데믹 시대에 완전히 빛을 발하였다.
우리 민족의 전통 민화인 어해도는 하나의 그림에 부귀영화, 불로장생과 관련된 모든 상징을 가진 그림이다. 동시에 이상세계가 투영된 그림이다. 이렇게 어해도가 다양하고 폭 넓은 의미를 가지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대중적 인기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어해도는 화조도나 모란도등에 비해 미학, 조형적 가치가 떨어졌기에 대중의 관심에서 약간 밀려나 있었고 그렇기에 다양한 소재가 출현하며 상상력에 의존한 그림 또한 많았다.
기복을 상징하는 어해도의 이미지와 현대인의 언박싱 문화는 닮은 점이 있다.
그 첫번째 공통점은 대상을 소유하는 사람의 욕망을 투사한다는 점이다.
현대의 우리는 아주 쉽게 물건을 온라인으로 “겟”하며 클릭 몇 번으로 내가 원하는 정보를 얻는다. 이 행위는 자신의 욕망이 무엇인지를 간접적으로 확인시켜주며 우리는 거꾸로 내가 흘려 만들어 낸 빅데이터를 기본으로 만들어 낸 알고리즘들을 역으로 수용한다.
어해도는 등용문, 부부해로, 가족화합, 다산, 부귀 등 다채로운 의미를 가진다. 이는 보는 이의 염원이 자유롭게 투사된 결과이며, 오랜 시간 자유로운 바램들은 어해도를 인간의 욕망을 구현하는 도상으로 만들었다.
어해도의 물 속 세계는 이상향이자 낙원이며 미지의 세계다. 박스 속의 세계 역시 마찬가지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소비를 통해 이상향으로써의 자신과 자신의 삶을 꾸려 나간다. 그리고 산타의 깜짝 선물 같은 상자를 열며 그 유토피아가 실현되리라고 믿는다.
나에게 낙원의 이미지는 굉장히 중요하다. 나는 나의 작업 행위가 스스로의 낙원을 짓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러한 『환타지는 현실을 극복하는 위대한 방법이다.-기예르모 델 토르』
코로나19 시대를 사는 우리는 상자 안의 물건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자신의 생존을 확인하며 안도하고 낙원을 경험한다.